담백하거나 혹은 거침없거나
훈훈한 인상만큼 그의 말투엔 고향이 서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사투리 억양이 묻어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에서 그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설렁탕을 먹더니 뒤이어 간 커피숍에서도 마치 커피 빨리 마시기 대회에 나간 듯 차디찬 아이스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순진한 농촌총각을 마주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그에게 요즘 시대의 화두인 재테크에 관해 물어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주식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해요. 제가 주식에 대한 아픈 기억이 좀 있거든요. 그리고 꼭 집을 사라고 하죠. 집이 있으면 돈이 나갈 일이 별로 없어요.”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조언을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보다가 그가 ‘천재테란’이윤열과 베스트 프렌드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Q. 이윤열 선수와 만나면 주로 뭐하며 어떤 얘기들을 나누나?
“둘 다 스케줄이 있어 자주 만나긴 힘들어요. 그러고 보니 제대하고는 전화만 하고 한번도 못 봤네요. 만나면 주로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는데 여자친구랑은 잘 지내냐, 이번에 한번 우승 해야지, 군대는 언제 가냐 등등 그냥 남들이 나누는 대화와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Q.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여성이 생겼다. 그런데 친한 이윤열 선수 역시 그 여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무조건 제 여자로 만들어야죠. 윤열이는 여자친구도 있고 설령 없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친구에요.”
필자는 당연하게도 그가 우정을 택할 거라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과히 도전적이었다. 사실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다. 군복무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를 타 팀 선수에게 뺏긴 것이다. 군대라는 제한적 공간이 아니었으면 그런 불행한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그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우정 대신 사랑을 택한 이유가 납득이 갔다.  

Q.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섰는데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을 보면 어떤가?
“저도 선수들이랑 똑같아요.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가 아직까진 예뻐 보여요. 군대에 있으면 사람이 순박해지는 것 같아요. TV에 아이돌 여자그룹이 나오면 우르르 몰려가서 좋아라 하고 보거든요. 근데 보면 또 눈은 높아져요. 주위에 여자가 없고 보는 여자라고는 TV속 연예인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여자 보는 눈이 높아지나 봐요.” (웃음)

Q. 솔직히 임이최마 다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요즘엔 워낙 본좌 후보들이 많으니까……코치가 우리 선수 찍으면 웃기니까 다른 선수 지목해야겠죠? (웃음) 아까 말한 이제동 선수를 뽑고 싶어요. 상대방을 압도하는 눈빛, 카리스마로 보면 이미 본좌죠.”

Q. 저그 코치로서의 최종목표는?
“모든 선수 메이저리그 진출이요.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런 목표와 목적이 있어야 힘을 내서 열심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한솥밥 먹던 박태민 선수가 공군에 입대하는데 공군팀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계급이 낮을 때엔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해요.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절대 안돼요. 그 외에는 굳이 조언할 게 없는 게 훈련소가면 그 곳에 적응하게끔 사람이 바뀌게 돼요. 훈련소가 그런 곳이죠.”

1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에게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걸 알 수 있었다. 팀 동료에게 알찬 조언을 해줄 만큼 여유로운 군필자의 모습과 2년여 간 단절된 세상에 적응하려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 만나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직은 도시의 네온사인보다 부대 안을 환하게 밝히는 형광등이 더 익숙한 그지만 이제는 훈련소에서 먹었던 몽쉘통통의 단맛을 추억의 한 부분으로 남겨둔 채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