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권오혁, 날아오르다 - 2

2008.10.10

, 어느 별에서 왔니?


사실 지난 시즌보다 그가 설 자리는 많이 줄어 들었다. 팀플이 빠지고 종족 별 의무출전규정이 신설 되어 김택용, 도재욱 강력한 프로토스 선수들이 많아 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프로리그 출전에 관한 부담감이 존재할 시점이었지만 그의 밝은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Q.
항상 밝아 보이는데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가?

제 성격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A형이면 원래 소심하단 소리를 듣잖아요. 근데 전 소심하지 않거든요. A형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좀 밝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주위에서도 밝아서 좋다고 해주니까 기분도 좋고 그래서 더 밝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살면서 성격 나쁘단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웃음)


Q.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신가?

어머니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줄곧 아버지께서 돌봐주셨는데 부모님은 그저 최고라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어요. 아버지께서 새 어머니와 잘 지내고 계셔서 안심되고 든든해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좋은 표현이란 표현은 다 붙이고 싶을 정도로 저에겐 정말 소중한 분이에요.


Q.
원더걸스의 마니아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원더걸스를 좋아하는데 원더걸스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예전에 리더인 민선예의 모습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데 노래도 잘하고 예쁘단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후에 원더걸스 멤버들을 보니 다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원더걸스의 첫 앨범이 나온 게 제 생일인 2 13일에 발매가 돼서 친근감이 더 생겼어요. 그 좋은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구요.


Q.
평소 노래 부르는 것과 춤추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혹시 가수의 꿈이 있는 건 아닌가?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가수가 될 실력도 안될뿐더러 그런 꿈을 꾼 적이 없어요. 그저 취미일 뿐이죠. 초등학교 때는 꿈이 축구선수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시작하게 됐죠. 그때부터 꿈이 프로게이머가 됐는데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스스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실력이 향상돼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Q.
이성교제가 프로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게이머가 되고부터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플러스 요인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최코치님이 그 훌륭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선수들을 봐도 많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좋게 생각해요.


Q.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편은 아니지만 주로 노래방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또 잠을 많이 자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Q.
이 선수와 정말 잘 통한다 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팀원들이랑 오래 됐고 두루 친해서 딱히 누구를 선택하지는 못하겠네요. 일단 재욱이랑은 방을 오래 써서 잘 아는 편이고 상욱이랑은 주로 노래방을 가고 택용이와는 영화를 보고 인규는 편의점을 같이 가는 친구예요. 다 고루 분산되어 있네요. (웃음)


Q.
스타 말고 잘하는 게임이나 관심 있는 게임이 있다면?

예전에는 테트리스나 포트리스를 즐겨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않은지 꽤 됐어요. 주로 오락실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Q.
게임 말고 잘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데뷔해서 운동경험이 더 많아요. 그래서 족구나 축구 시합을 하면 거의 주전선수로 뛰다시피 해요. 심지어 예전 별명이 게임 빼고는 다 잘 일 정도였어요. 지난 시즌에 팀플 성적이 좋아서 이젠 게임도 잘해로 바뀌었지만요.


Q.
최근 관심 가는 분야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군대 문제겠죠. 제가 기염이라 공익판정을 받았는데 현재는 주장이고 이제 곧 프로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은 게임만 생각하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어요.


Q.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데이트는?

그냥 남들 다하는 거, 평범한 데이트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공원을 산책하는 정도? 지금 팀원들이랑 하고 있는 취미생활을 여자친구와 한다고 보면 될 거예요.


Q.
합숙생활 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또래끼리 생활하다 보니 재미있는 일들이 많죠 아무래도. 졸린 상황에서도 절 웃게 만드는 일이 한번 있었는데 제가 재욱이랑 택용이랑 한방을 쓸 때 일이었어요. 재욱이가 잠버릇이 심하지는 않은데 자는 위치가 자주 바뀌는 편이에요. 분명히 세로로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잠시 깨서 보니까 가로로 자고 있더라고요. 머리는 택용이 쪽으로 발은 제 쪽으로 하고 자는데 졸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왔어요.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서 보니까 다시 그 전 자세로 돌아와 있더라고요. 재욱이의 잠버릇은 몸을 360도 회전하는 거랍니다 여러분. (웃음)


Q.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팀플로 프로리그에서 첫 승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가 마침 아버지 생신이었어요.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서는 뭐 할말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계속 눈치를 채지 못하니까 결국엔 아버지께서 직접 말씀해 주셨어요. 그 당시엔 너무 죄송스러웠는데 팀플 승리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용서를 빌었어요.


Q.
프로게이머의 미래는 그리 투명하지 않은데 미래에 대한 준비는 잘하고 있나? 프로게이머를 그만둔다면 어떤 직종의 일을 하고 싶나?

요환이 형처럼 30대 프로게이머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건 그 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현재 관심 있는 직종은 코치예요.


Q.
현재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나이가 있으니까 군대 문제? 다른 건 고민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가장 후회가 됐던 일은 무엇인가?

저희 아버지 신조가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인데 그래서 그런지 저도 아직 제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란 말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기존의 그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강한 포스가 느껴졌다.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얻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Q.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가족인 것 같아요.


Q.
프로리그에 대한 각오 한마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주장이 됐고 팀플이 사라진 이상 개인전 준비를 잘해야겠죠. 또 바뀐 방식이 T1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스토브 기간에 모든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했고 그만큼 믿고 있어요. 이번 시즌엔 정말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임을 강조하고 인터뷰를 마치려 하자 그는 출사표를 전하고 싶다는 건의를 했다. T1의 새로운 주장으로서 출정식을 통해 멋지게 출사표를 선보이려 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이로써 인터뷰의 마지막은 자연스럽게 출사표의 한을 푸는 자리가 되었다.

 

Q. 출사표

지난 시즌 출사표에서 태민이가 에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었다고 했는데 그게 아마 2위라는 성적을 암시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이번에 나비가 하늘로 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출사표가 정규시즌 1위가 되는 상징적 의미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시간이나 질문의 양은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없지만 그의 대답은 친절하게 길을 설명해주는 행인처럼 자세하고 명확했다. 예를 들면 여기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나요? 라고 물었을 때, 여기 쭉 가시면 사거리가 보이는데 그 사거리 앞이에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라면 버스정류장이요? 여기서 쭉 가시다 보면 사거리가 보일 거예요. 그 사거리에서 보면 건너편에 OO은행이 보일 거예요. 그 은행 앞이 정류장이에요. 설명이 잘 됐나 모르겠네요. 라고 말할 거라는 사실이다.

또 누가 T1 주장 오혁은 어떤 사람이야? 라고 묻는다면 참 예의 바르고 밝은 친구야. 자신감도 넘치고. 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분명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게임에 온 열정을 다 바쳐야 하는 환경 속에서 어느 누가 그처럼 밝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 그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둥바둥 대는 사람들에게 미소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주장다운 주장임이 확실한 것 같다.